핵심 요약: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로 국제유가가 며칠 새 급등했고, 이 영향으로 SK이노베이션·S-Oil·흥구석유 등 국내 정유주가 일제히 상승세를 탔습니다. 다만 국제유가 급등이 정유업계에 무조건 호재는 아니라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발단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었습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8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한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은 이에 반발해 역내 미국 개입이 끝날 때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핌 보도를 보면 미국은 12일 이란에 대한 추가 공습까지 단행했고, 이란은 요르단·카타르 등 미국 동맹국을 겨냥해 보복 공격에 나섰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는 길목이자 국내 정유사가 의존하는 중동산 원유의 핵심 통로입니다. 이 해협이 실제로 봉쇄 조치에 들어가면서 13일 통행량이 거의 전무한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국제유가 급등, 정유주는 왜 오를까?
국제유가 급등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제품 재고의 가치를 높이고 정제마진 개선 기대를 키우기 때문에 정유주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8일 기준 S-Oil은 전일 대비 4200원(3.30%) 오른 13만16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석유 유통업체인 흥구석유는 14.73% 급등했습니다. 같은 날 해운주인 HMM(2.30%), 팬오션(1.57%)도 해상 운임 상승 기대감에 함께 올랐습니다.
13일에는 미·이란 긴장이 다시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3%대 급등했고, 국내 정유주도 다시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8000원(7.77%) 오른 11만900원에 거래됐고, S-Oil은 4.16%, GS는 3.99% 상승했습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흥구석유가 7.38% 오른 1만1640원에 장을 마쳤고 장중에는 1만2760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한국석유(0.79%), 중앙에너비스(0.29%) 등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흐름은 14일에도 이어지며 국내 정유 관련 종목이 줄줄이 상승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가 자체도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8일 브렌트유 9월물 선물은 전장 대비 5% 오른 배럴당 78달러를 기록해 5월 말 이후 하루 최대 상승폭을 나타냈습니다. 13일에는 WTI 8월물이 3.19% 오른 배럴당 73.69달러, 브렌트유 9월물이 3.16% 오른 78.41달러에 거래됐습니다. MBN 보도로는 같은 날 오후 브렌트유가 4.26%(3.24달러) 오른 79.25달러, WTI가 4.34%(3.10달러) 오른 74.51달러까지 치솟았는데, 이는 10일 76.01달러였던 브렌트유가 사흘 만에 3달러 넘게 뛴 셈입니다.
정유업계엔 마냥 좋은 소식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 조치가 겹쳐 정유업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고가격제 때문에 오른 국제유가를 제품 판매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렵고, 전년 수준으로 석유제품 수출까지 제한받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해 기준 4대 정유사의 정유사업 수출 비중은 GS칼텍스 71%, HD현대오일뱅크 67%, 에쓰오일 54%, SK에너지 51%에 달해 수출 제한의 체감 부담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원유를 매입한 시점과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 사이의 시차에서 발생하는 재고평가이익 효과는 정유업계가 그간 톡톡히 누려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번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입니다. 초고유가 국면에 들어서면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 자체가 위축돼 오히려 정제마진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용어 정리
- 호르무즈 해협: 중동 원유가 전 세계로 나가는 좁은 바닷길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핵심 길목입니다.
- 정제마진: 원유를 사서 휘발유·경유 같은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과정에서 남는 이윤으로, 정유사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입니다.
- 최고가격제: 정부가 석유제품 등의 판매 가격에 상한선을 정해두는 제도로, 국제유가가 올라도 국내 판매가를 즉시 올리기 어렵게 만듭니다.
- 브렌트유·WTI: 국제유가를 가늠하는 대표 원유 기준가격으로 각각 유럽(브렌트유)과 미국(서부텍사스산원유, WTI) 시장을 대표합니다.
- 재고평가이익: 원유를 싸게 사둔 뒤 유가가 오르면 보유 재고의 장부상 가치가 함께 올라 발생하는 이익입니다.
생각해볼 점
- 국제유가 급등이 정유주 주가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최고가격제와 수출 제한이라는 정책적 제약 속에서 실제 실적 개선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지켜볼 부분입니다.
-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원유 수급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데, 이때는 재고평가이익보다 수급 차질의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 주가 상승이 정유사의 펀더멘털 개선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단기 재료로 그칠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