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했다가 하루 만에 철회한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세 20%’ 구상!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안전을 보장해 줄 테니 돈을 내라”는 이 독특한 경제 구조는 현대의 소말리아 해적보다 오히려 18세기 북아프리카 ‘바르바리 해적’의 보호비 징수 체계와 쏙 빼닮아 논란을 낳았습니다.
업데이트 기준: 2026년 7월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13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화물에 20%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지만, 하루 뒤인 7월 14일 걸프 국가들과의 투자·무역 합의로 대체하겠다며 철회했다. 따라서 이 글에서 다루는 ‘20% 통행세’는 실제로 정착된 제도가 아니라, 발표 직후 국제적 논란을 일으킨 정책 구상이다.12
“우리가 지켜주니 화물의 20%를 내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제시한 논리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이었어요.
미국이 막대한 군사력을 투입해서 위험한 호르무즈 해협을 지켜주고 있으니, 이 항로를 이용해 혜택을 보는 선박과 화물들도 그 비용을 나누어 내야 한다는 논리였죠.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을 호르무즈 해협의 수호자로 자처하며 통과하는 화물에 무려 20%의 요금을 부과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1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20%’라는 어마어마한 비율이었습니다.
보통 항만 이용료나 운하 통행료는 배의 크기나 서비스 난이도에 따라 정해진 액수(정액제)를 내는 게 상식적이잖아요? 하지만 이번 제안은 화물 가치의 20%를 떼어가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했습니다. 게다가 세부적으로 어떻게 돈을 거둘지, 돈을 안 내면 배를 막을 것인지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전혀 없었죠.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실감 나게 계산해 볼까요?
만약 2,500만 달러(약 330억 원)짜리 화물을 실은 배가 통과한다면, 20%인 500만 달러를 통행세로 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금액은 지난 2024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당했던 벌크선 MV 압둘라호의 석방 대가로 알려진 몸값 500만 달러와 정확히 일치하는 액수입니다.3
만약 1억 달러짜리 화물이라면 통행세만 2,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그냥 해협 한 번 슥 지나가는 대가가 과거 대형 유조선이 납치당했을 때 내던 몸값보다 훨씬 커지는 셈이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는 “이게 해적들이 뜯어내는 보호비랑 뭐가 다르냐!”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물론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지금 바다를 위협하는 소말리아 해적, 아덴만 무장세력, 예멘의 후티 반군, 그리고 이란 혁명수비대의 행동을 꼼꼼하게 구분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겉보기엔 다 총 들고 위협하는 것 같아도 국제법상 성격은 완전히 다르거든요!
한눈에 비교하면
| 구분 | 돈이나 이익을 얻는 방식 | 주된 수단 | 대상 | 국제법상 성격 |
|---|---|---|---|---|
| 트럼프의 20% 구상 | 통과 화물에 일괄 부과 | 미 해군의 항로 보호를 명분으로 한 국가 징수 | 호르무즈를 지나는 광범위한 상선 | 법적 근거 논란이 있었던 국가 정책 구상, 이후 철회 |
| 소말리아 해적 | 선박·선원 납치 후 몸값 협상 | 소형 고속정, 모선, 총기, 인질 억류 | 공격에 성공한 특정 선박 | 전형적인 해적행위 또는 해상 무장강도 |
| 현재 아덴만 해적 조직 | 선박 장악 후 선원과 배를 담보로 몸값 요구 | 불법 승선, 납치, 장기 억류 | 방어가 약한 상선 | 사적 이익을 위한 해적행위 |
| 후티 무장세력 | 통행료보다 정치·군사적 봉쇄 효과 추구 | 미사일, 드론, 폭발물, 선박 억류 | 특정 국가와 연계됐다고 주장하는 선박 | 정치적 목적의 무력 공격으로, 좁은 의미의 해적과 다름 |
| 이란 혁명수비대·국가 전력 | 허가·제재·봉쇄를 근거로 선박 통제 | 나포, 승선검색, 미사일·드론, 항로 차단 | 이란이 규정 위반 또는 적성 선박으로 판단한 선박 | 국가 행위 또는 무력충돌의 일부로 분류 |
| 바르바리 해적·코르세어 | 공격을 피하는 대가로 정기 조공 요구 | 선박 나포, 선원 억류, 국가 간 조공 협정 | 지중해를 항해하는 상선과 국가 | 국가 지원을 받은 해상 약탈과 보호비 체계 |
소말리아 해적은 ‘잡은 배’에만 돈을 요구한다
먼저 우리가 잘 아는 소말리아 해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볼까요? 이들은 아주 철저하게 철새처럼 표적을 골라 움직입니다.
일단 감시망이 허술하고 방어력이 약한 상선을 타깃으로 삼습니다. 빠른 소형 보트로 접근해 총을 쏘며 위협한 뒤 배에 올라타죠. 그리고 선박을 통째로 소말리아 연안으로 끌고 가 선주나 보험사를 상대로 지루한 몸값 협상을 시작합니다.
해적질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는 몸값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해적 사건 한 건당 평균 몸값은 약 485만 달러에 달했다고 해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소말리아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해적들이 갈취한 몸값만 해도 무려 3억 3,900만 달러에서 4억 1,300만 달러 사이로 추정됩니다.45
최근에도 이들의 수법은 여전합니다.
2024년 봄, 선원 23명과 함께 납치됐던 벌크선 MV 압둘라호 역시 현금 500만 달러를 지급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해적들은 헬기에서 떨어뜨려 준 돈자루를 받아 가짜 돈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조직원끼리 나눠 가진 뒤 유유히 철수했다고 해요.3
정리하자면 소말리아 해적의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단 배를 공격해 납치에 성공한다.
- 인질을 확보하고 버틴다.
- 협상을 통해 최대한 돈을 뜯어낸다.
- 돈을 받으면 배와 선원을 풀어준다.
즉, 통과하는 모든 배에 통행세를 걷는 게 아니라 어쩌다 나포에 성공한 일부 선박에서 한탕 크게 당기는 고위험·고수익 범죄 모델인 것이죠.
아덴만 해적은 지금도 과거형이 아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옛날 청해부대 활약할 때 다 소탕된 것 아니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시죠? 안타깝게도 해적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2026년 7월 초 발표에 따르면, 최근 단 3개월 동안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보고된 해적 및 해상 무장강도 시도 사건이 24건에 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당시 소말리아 해역에 억류되어 고통받고 있던 선원만 44명에 이르렀죠.6
실제로 7월 17일에는 예멘 알무칼라 남쪽 아덴만을 지나던 탄자니아 국적의 화학제품 운반선 ‘아사나호’에 무장 세력이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해상 보안 당국은 선원들의 몸값을 노린 전형적인 해적 행위로 판단했고, 우리 대한민국 해군 함정도 구조 신호를 받고 현장으로 급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78
요즘 아덴만 해적들은 더 멀리 나가기 위해 머리를 씁니다. 일반 어선을 먼저 납치해 ‘엄마 배(모선)’로 삼은 뒤, 여기에 연료와 소형 보트를 싣고 아주 먼바다까지 나가서 느린 상선들을 노리는 것이죠.
결국 홍해나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이 팽팽해져 국제 해군의 감시망이 느슨해지는 틈을 타 이들은 언제든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후티의 선박 공격은 소말리아 해적과 목적이 다르다
최근 뉴스에 자주 나오는 예멘의 후티 무장세력도 홍해와 아덴만에서 상선들을 무차별 공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을 소말리아 해적과 같은 부류로 묶어서는 곤란합니다. 목적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소말리아 해적의 단 하나의 목표는 오직 ‘돈(몸값)’입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돈을 뜯어내려는 게 아니라, 특정 국가(이스라엘이나 미국 등)와 관련된 배들을 타격해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선원들을 납치해 협상 테이블을 열기보다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배를 직접 타격해 통항 자체를 차단하려 합니다.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후티 무장세력의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해적질이 아닌, 국제 해상 안보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공격’으로 규정해 강력히 규탄해 왔습니다.9
사실 국제법상 ‘해적행위’가 성립하려면 사적인 목적을 가지고 공해상에서 다른 배를 공격해야 합니다. 따라서 정치적·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군사 활동을 벌이는 무장단체의 공격은 법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해적보다는 테러나 무력 충돌에 가깝습니다.10
지금 호르무즈 근해에서 활동하는 것은 ‘해적선’보다 국가 전력에 가깝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상선들을 위협하는 진짜 세력은 해적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 기관들입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과 오만만 부근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법 위반을 구실로 상선을 나포하고, 미국 해군 역시 제재 위반을 이유로 이란 관련 선박을 가로막는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IMO 보고에 따르면, 2026년 7월에도 여러 상선이 지정학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공격을 받았습니다.11
현장에서 갑자기 총을 든 군인들이 들이닥쳐 배를 세우는 선원들 입장에서는 해적을 만난 것이나 국가 군대를 만난 것이나 무섭기는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법적인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 소말리아 해적: 돈을 노리는 민간 범죄 조직
-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의 정식 군사 조직
- 미국 해군·해병대: 미국 정부의 명령을 수행하는 정규군
- 후티 반군: 정치적 목적을 띤 비국가 무장 세력
즉,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사적인 약탈이라기보다는 국가 간의 힘겨루기, 해상 봉쇄, 그리고 국제법적 분쟁으로 해석해야 정확합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20%가 해적의 보호비처럼 들린 이유
그런데 왜 사람들은 트럼프의 이 구상을 두고 “소말리아 해적과 다를 바 없다”라며 혀를 찼을까요? 제복을 입었든 군함을 타고 왔든, 그 요구안에 담긴 ‘경제적 본질’이 너무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메시지죠.
“이 바다 위험한 거 알지? 안전하게 가고 싶으면 우리가 지켜주는 대가로 돈을 내.”
물론 소말리아 해적은 자기들이 직접 위협을 가하고 돈을 뜯어내지만, 트럼프의 논리는 미군이 이란 등의 위험으로부터 항로를 지켜주니 그 수수료를 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 입장에서는 결국 똑같이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 돈 안 내면 안전을 장장하기 어렵다.
- 통행세를 내야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 요금은 항로를 쥐고 흔드는 강자가 마음대로 정한다.
특히 실제 들어간 경비만 딱 청구하는 게 아니라 화물 가치의 ‘20%’라는 어마어마한 지분을 요구했으니, ‘항로 보호비 뜯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가장 닮은 사례는 소말리아 해적보다 바르바리 해적이다
역사학자들은 이번 트럼프의 구상을 보고 현대의 소말리아 해적보다는 18~19세기 지중해를 공포에 떨게 했던 바르바리 해적(바르바리 코르세어)을 떠올렸습니다.
당시 북아프리카의 알제, 트리폴리 같은 준국가 세력들은 지중해 길목을 지키고 서서 지나가는 유럽 상선들을 닥치는 대로 털어갔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한테 매년 꼬박꼬박 상납금(조공)을 바치면 너희 나라 배는 건드리지 않을게”라며 일종의 ‘보호 조약’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당시 신생 독립국이라 힘이 없던 미국 역시 이들에게 매년 막대한 돈을 상납하며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그러다 참다못한 미국이 해군을 키워 전쟁(바르바리 전쟁)을 선포하고 이 체계를 무력으로 깨부수었죠.12
바르바리 해적의 특징은 이렇습니다.
- 준국가급 세력이 길목을 지키고 서서 위협한다.
- 공격받기 싫으면 정기적으로 평화 유지비를 내야 한다.
- 돈을 낸 국가의 배는 안전 통행을 보장한다.
이것이야말로 “미 해군이 해협 전체의 안전을 지켜줄 테니 통행세를 내라”던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세 20%’ 구상과 완벽하게 겹치는 역사적 데자뷔입니다.
미국이 해군을 창설하고 세계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역사적 계기가 바로 이 ‘보호비 뜯기 체제’를 박살 내기 위함이었는데, 200여 년이 흐른 뒤 미국의 대통령이 직접 그 옛날 바르바리식 통행료 모델을 들고나왔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20%는 소말리아 해적보다 비싼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금액 면에서 트럼프의 제안이 해적 몸값보다 훨씬 비쌉니다.
앞서 보았듯 소말리아 해적에게 배 한 척을 납치당하면 협상 끝에 보통 수백만 달러 선에서 마무리가 됩니다. 하지만 트럼프식 ‘화물 가치의 20%’ 룰을 적용하면 액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 화물 가치 | 20% 부과액 | 해적 몸값과 비교 |
|---|---|---|
| 1,000만 달러 | 200만 달러 | 중소형 해적 몸값에 근접 |
| 2,500만 달러 | 500만 달러 | MV 압둘라호 몸값과 같은 수준 |
| 1억 달러 | 2,000만 달러 | 유명 대형 선박 납치 몸값을 크게 초과 |
| 2억 달러 | 4,000만 달러 | 해적 한 조직이 여러 척을 납치해야 얻을 수 있는 규모 |
게다가 해적은 운이 나빠서 걸린 배 한두 척에만 돈을 뜯지만, 트럼프의 구상은 호르무즈를 지나는 모든 선박에 매번 강제로 적용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 파급력은 해적 피해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죠.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4분의 1, 천연가스(LNG) 수송량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심장부 같은 곳입니다.13
이 길목에 갑자기 20%의 무시무시한 세금이 매겨진다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정유비, 기름값,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져 전 세계 소비자들의 물가 폭탄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해적보다 더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흉악한 범죄자인 소말리아 해적과 완전히 똑같다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실제로 사람을 가두고 때리고 굶기며 잔인무도한 인질극을 벌이지만, 트럼프의 제안은 미군 수송로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방위비 분담 목적의 공식 정책 제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무고한 선원을 납치해 협박하는 폭력 범죄와 동급으로 볼 수는 없죠.
하지만 세계 시장의 룰을 흔드는 아래의 3가지 비판만큼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1. 국제해협의 자유 통항 원칙과 충돌할 가능성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르면 국제적인 항로로 쓰이는 해협에서는 어떤 배든 자유롭게 지나갈 권리(통과통항권)가 있습니다. 실제로 트럼프의 발언 직후, 국제해사기구(IMO) 역시 국제 해협을 통과한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걷는 행위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14][15]
2. 보호를 제공하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가격을 정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바로 앞바다 영토를 가진 연안국도 아닌 미국이, 단지 군사력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화물 가액의 20%라는 고액을 통보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합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안전 비용이 아니라 경제적 지분처럼 보였다
운하 통행료처럼 관리 시설 유지나 관제 서비스 등에 들어간 실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화물의 가치에서 무조건 20%를 가져가겠다는 방식은 마치 남의 비즈니스에서 강제로 지분을 빼앗아 가는 느낌을 지우기 힘듭니다.
하루 만에 철회됐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이 파격적인 트럼프 호르무즈 통행세 20% 계획은 발표 다음 날인 7월 14일, 걸프 국가들과의 다른 투자·무역 협정을 통해 기여분을 보상받기로 하면서 전격 철회되었습니다.2
실제로 시행되지 않은 단순 해프닝으로 막을 내린 셈이죠.
하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충격은 꽤 깁니다. 막강한 힘을 가진 국가가 “내가 이 바다 지켜주니까 앞으로 통행료 내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아주 위험한 선례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해운사 하팍로이드(Hapag-Lloyd) 역시 천연 국제해협에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발상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해운업계는 만약 이 논리가 받아들여진다면 앞으로 말라카 해협이나 대만 해협 등 다른 중요한 길목에서도 저마다 돈을 내놓으라는 국가들이 속출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14
결론: 해적과 법적으로 다르지만, ‘보호비 경제’는 닮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었던 호르무즈 통행세 20% 카드는 실제 소말리아 해적의 불법 범죄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해적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납치극을 벌이는 범죄자이고, 후티는 정치적 목적의 무장 단체이며, 이란과 미국의 움직임은 국가 간 갈등의 영역이니까요.
하지만 그 아래에 흐르는 경제적 메커니즘을 뜯어보면, 결국 과거 지중해를 장악하고 통행 조공을 요구했던 바르바리 해적의 ‘보호비 비즈니스’와 소름 돋게 닮아 있었습니다.
비록 계획은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되었지만, 국제 해상의 평화를 지키는 비용을 앞으로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숙제를 전 세계에 남겨준 사건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트럼프의 호르무즈 통행세 20%는 실제 시행됐나?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7월 13일 계획을 깜짝 발표했으나, 바로 다음 날인 14일 걸프 국가들과의 무역·투자 합의로 이를 대체하기로 하며 발표를 전격 철회했습니다.2
화물 가격의 20%를 부과한다는 뜻이었나?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모든 화물에 20%”를 미국에 보상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언급되었으나, 구체적인 징수 방식이나 요율 산정 기준이 적힌 세부안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선박을 나포하면 해적행위인가?
일상적인 표현으로는 해적질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국제법상 해적은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한 민간인의 비공식 약탈을 뜻합니다. 국가 정규 군대인 이란 혁명수비대의 선박 나포는 국가 행위 및 무력 충돌의 영역에 해당합니다.10
후티 반군은 소말리아 해적인가?
아닙니다. 소말리아 해적은 오직 돈(몸값)을 목적으로 선박을 납치하지만, 후티 반군은 정치·군사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사일과 드론으로 특정 선박들을 공격 및 봉쇄하는 비국가 무장 세력입니다.910
트럼프의 제안과 가장 비슷한 역사적 사례는?
특정 선박을 임의로 납치해 몸값을 뜯어내던 소말리아 해적보다는, 조공 계약을 맺고 돈을 낸 국가의 배들만 안전하게 지나가게 해 주었던 북아프리카의 ‘바르바리 코르세어(바르바리 해적)’ 체제와 매우 유사합니다.12
참고 자료
- Reuters, “Trump: Iran blockade reinstated, US to charge 20% on Strait of Hormuz cargo”, 2026-07-13.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trump-says-us-will-control-strait-hormuz-get-paid-it-2026-07-13/↩↩
- Reuters, “Trump drops 20% fee plan for Hormuz Strait in favor of deals with Gulf states”, 2026-07-14. https://www.reuters.com/world/us/trump-says-us-will-take-investment-deals-with-gulf-states-instead-fee-using-2026-07-14/↩↩↩
- Reuters, “Somali pirates say hijacked ship MV Abdullah released after $5 million ransom was paid”, 2024-04-14. https://www.reuters.com/world/africa/somali-pirates-say-they-hijacked-ship-mv-abdullah-released-after-5-million-2024-04-14/↩↩
- UNODC, “Organized crime and its financial links to Somali piracy”, 2011. https://www.unodc.org/unodc/en/frontpage/2011/May/awash-with-money—organized-crime-and-its-financial-links-to-somali-piracy.html↩
- UNODC·World Bank·INTERPOL, “Pirate Trails”, 2013. https://www.unodc.org/unodc/en/press/releases/2013/November/pirate-trails-tracks-dirty-money-resulting-from-piracy-off-the-horn-of-africa-ransoms-total-over-usd339-million-says-new-research.html↩
- IMO, “IMO Secretary-General calls for urgent release of 44 seafarers held by pirates”, 2026-07-06. https://www.imo.org/en/mediacentre/pressbriefings/pages/imo-secretary-general-calls-for-urgent-release-of-44-seafarers-held-by-pirates.aspx↩
- AP, “Tanker boarded by armed group off Yemen, says British military”, 2026-07-17. https://apnews.com/article/2d055cb4b17184e4d3637d96a2ce7256↩
- Reuters, “Suspected pirates seize tanker off Yemen coast in Gulf of Aden”, 2026-07-17.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assailants-board-chemical-products-tanker-off-yemen-suspected-pirate-hijacking-2026-07-17/↩
- IMO, “Maritime Safety Committee 108th session: Resolution on the security situation in the Red Sea”, 2024. https://www.imo.org/en/mediacentre/meetingsummaries/pages/msc-108th-session.aspx↩↩
- IMO, “Piracy and armed robbery against ships: Defining piracy”. https://www.imo.org/en/ourwork/security/pages/piracyarmedrobberydefault.aspx↩↩↩
- IMO, “Secretary-General condemns new attacks on ships in the Strait of Hormuz”, 2026-07-08. https://www.imo.org/en/mediacentre/pressbriefings/pages/imo-secretary-general-condemns-new-attacks-on-ships-in-strait-of-hormuz.aspx↩
- U.S. Department of State, Office of the Historian, “Barbary Wars, 1801–1805 and 1815–1816”. https://history.state.gov/milestones/1801-1829/barbary-wars↩↩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Amid regional conflict, the Strait of Hormuz remains critical oil chokepoint”, 2025-06-16. https://www.eia.gov/todayinenergy/detail.php?id=65504↩
- Reuters, “Hapag-Lloyd says Hormuz cargo fee would be fundamentally wrong”, 2026-07-14. https://www.reuters.com/world/middle-east/hapag-lloyd-says-hormuz-cargo-fee-would-be-fundamentally-wrong-2026-07-14/↩
